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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무국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특징인 한식 국물 요리입니다. 많은 레시피에서는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육향을 살린 뒤 물을 넣어 끓이는 방식을 따릅니다. 하지만 일부 블로그에서는 참기름을 사용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며, 볶는 과정을 생략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과연 참기름에 볶으면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요? 그리고 소고기를 볶는 과정이 국물 맛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요리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이 과정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는 이유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볶는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서 감칠맛과 풍미가 증가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 속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고온에서 반응하여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140~165℃에서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볶는 과정에서 소고기의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이 반응 때문입니다.

둘째, 참기름의 지방산이 소고기의 표면을 코팅하여 육즙 손실을 방지합니다.

물에 바로 끓이면 소고기의 단백질이 급격히 응고하면서 내부의 육즙이 빠져나와 국물이 탁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참기름으로 코팅하면 지방층이 보호막 역할을 하여 고기의 식감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셋째, 참기름의 불포화 지방산이 소고기의 지용성 향미 성분과 결합하여 국물 맛을 더 깊고 고소하게 만듭니다.

기름은 수용성 물질보다 지용성 물질을 더욱 효과적으로 녹여내므로, 참기름을 활용하면 고기의 풍미가 국물에 더욱 잘 스며듭니다.

 

이처럼 소고기를 볶는 과정은 국물의 감칠맛을 살리고, 고기의 조직을 부드럽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참기름에 볶으면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요?

 

참기름을 볶으면 발암물질이 생성될까?

참기름을 사용했을 때 발암물질이 생성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벤조피렌이라는 화합물 때문입니다.

벤조피렌(benzopyrene) 분자구조

 

벤조피렌은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될 때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로, 고온(300~600℃)에서 음식물이 타거나 연소될 때 주로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숯불에 직접 구운 고기, 태운 음식, 담배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참기름에서 벤조피렌이 생성되는 온도는 일반적으로 약 300도 이상입니다. 가정에서 소고기를 볶을 때의 온도는 보통 150~170℃ 정도로, 이 범위에서는 벤조피렌이 거의 생성되지 않습니다. 참기름의 끓는점은 230~250도이기 때문에 300도에 도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고기를 볶을 때 소고기에 나오는 육즙때문에 (그리고 소고기 핏물을 빼면서 물에 담그기 때문에 물이 코팅되어 있어) 300도까지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고온에서 오랫동안 볶게 되면 가능할 순 있지만, 소고기 무국을 끓일 때 소고기 볶는 과정은 아주 잠깐이며, 중간에 무도 첨가하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유지하지 않습니다. 즉, 참기름을 일반적인 조리법에 따라 사용하면 발암물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참기름에는 벤조피란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벤조피란(benzopyran) 분자구조

벤조피란은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을 내는 주요 성분이며, 항산화 작용을 하여 기름이 산패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벤조피란의 고소한 향이 음식 전체에 전달되어 감칠맛과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퍼지게 됩니다. 하지만 벤조피렌과는 전혀 다른 화합물입니다. 일부 블로그에서 두 용어를 혼동하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참기름을 적정 온도에서 사용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벤조피렌과 벤조피란을 헷갈려 하는 온라인 글들

 

벤조피렌과 벤조피란, 정확히 구분하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참기름 사용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두 화합물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보겠습니다.

구분벤조피렌 (Benzo[a]pyrene) 벤조피란 (Benzopyran)

화합물 종류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s) 방향족 화합물
발생 원인 음식물의 고온 연소 (300~600℃) 자연적으로 참기름에 존재
주요 특징 발암물질로 알려짐 참기름의 향미 성분
검출 가능성 높은 온도에서 조리 시 검출 가능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는 문제 없음
대표적인 예시 숯불구이, 태운 음식, 담배 연기 참기름, 들기름, 일부 식물성 오일

위 표에서 보듯이, 벤조피렌과 벤조피란은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벤조피란이 고온에 가열되어 벤조피렌이 될 가능성은 레고 부품을 레고 더미에 던졌더니 비행기가 만들어지는 확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가끔 영어식 발음이라 사실은 똑같은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실험 데이터를 통해 알아본 안전성

실제로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참기름을 일반적인 조리 온도에서 가열했을 때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FDA와 EFSA(유럽식품안전청)에서도 참기름을 적절한 온도에서 사용했을 때 발암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참기름을 200℃ 이상으로 가열하는 경우 소량의 벤조피렌이 검출될 수도 있으므로, 너무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고기 무국을 더욱 맛있게 끓이는 방법

  1. 냄비에 참기름과 식용유를 한스푼씩 두르고 중약불에서 살짝 가열합니다. 너무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참기름의 향이 날아갈 수 있으므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소고기(약 200g)를 넣고 겉면이 갈색이 될 때까지 볶습니다. 이때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서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3. 무(종이컵 한컵 반 또는 두컵)를 넣고 같이 볶아줍니다. 무의 세포벽이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국물에 더 잘 배어나옵니다.
  4. 물(1.5리터)을 붓고 끓여줍니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인 후, 중약불로 줄여서 천천히 우려내는 것이 좋습니다.
  5. 마지막으로 국간장(2큰술)과 참치액젓(2큰술), 소금(반큰술)을 이용해 간을 맞추고, 파와 마늘을 넣어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소고기를 볶는 과정은 국물의 감칠맛을 더욱 극대화하는 중요한 단계이며, 참기름을 적절히 사용하면 맛과 풍미를 살리면서도 안전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참기름을 사용해 소고기를 볶는 것은 한식의 오랜 조리법이며, 과학적으로도 국물의 깊은 맛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벤조피렌과 벤조피란은 전혀 다른 물질이므로 참기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기름을 너무 높은 온도에서 태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리를 할 때는 과학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알고 조리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정보에 휩쓸려 불필요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조리 과정을 이해하고 활용하여 더욱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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